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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런칭한 새로운 SNS 구글플러스(Google+) 는, 얼핏 보기에 페이스북을 겨냥한 것 처럼 생겼다.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와 흡사한 형태로 되어 있는 ‘스트림’이 있고, 사진첩 같은 곳이 있으며, 프로필이 있고 전체적인 레이아웃도 페이스북과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플러스(이하, 구플)를 본격적으로 사용해 보면, 역시 구글이 단순하게 페이스북 하나만을 흉내내서 야심찬 SNS를 내놓은 것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된다.
구플은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놓은 구조에다가 자신들의 축적된 지도 인프라를 활용한 포스퀘어 성격까지 상당부분 흡수했고, 심지어 스카이프나 플리커가 가진 모습까지 결합시켜 빚어놓은 섬세하고 새로운 SNS 다.


* 페이스북과 트위터 결합의 핵심은 써클(Circle)

구플의 ‘써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우선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기본적인 관계구조를 살펴보자.
페이스북은 요청과 수락으로 ‘친구’ 관계가 맺어지고, 친구끼리는 서로의 게시물을 공유하는 것이 기본구조이다. 그리고, 나의 친구가 천명이면 천명 모두에게 내 게시물은 똑같이 공유가 된다. (사진첩 제외)
트위터는 관심있는 유저를 ‘팔로우’ 하여 ‘팔로잉’ 으로 만든다. 그리고 팔로잉들의 트윗을 나의 타임라인에서 자동으로 받아보는 것이 기본구조이다. 다시 말하면, 내가 특별히 차단해 놓은 유저가 아닌 이상 모든 유저에게 나의 트윗들은 공개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 개념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한층 구플의 서클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구플은 트위터처럼 관심있는 유저를 ‘써클’ 에 추가한다. 그리고 이 써클은 주소록이나 트위터의 리스트처럼 다수로 존재할 수 있으며, 한명의 유저를 다수의 써클에 각각 추가할 수 있다. 예를들어, 학과 친구이면서 같은 동아리인 경우라면 친구라는 써클과 동아리라는 써클 모두에 해당하므로 각각의 써클에 추가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분류된 서클들은 내가 올리는 게시물별 공개범위 선별에 사용되며, 각각의 서클별로 스트림을 볼 수 있는 필터로도 사용된다. 트위터에선 내 트윗을 누구나 볼 수 있고, 페이스북에선 내 게시물을 내 모든 친구가 볼 수 있지만, 구플에선 특정 서클에 포함된 유저들에게만 내 게시물을 공개할 수 있다. 물론, 여러 서클을 동시에 설정하거나 모든 서클로 설정할 수도 있고, 트위터에서 처럼 모든 유저가 볼 수 있도록 설정할 수도 있다. 또, 반대로 써클 단위가 아닌 개인 단위로도 설정이 가능하다. 이 모든 것은, 싸이월드를 버리고 페이스북으로 넘어온 유저들이 가장 많이 아쉬움으로 꼽는 ‘일촌공개’ 를 흉내낼 수 있고, ‘비밀이야’ 방명록도 흉내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내가 특정인을 내 써클에 추가했어도, 상대방이 자신의 써클에 나를 추가하지 않았다면 기본적으로는 상대방에게 내 게시물이 보이지 않지만, 상대방이 ‘써클 밖 소식’ 스트림을 확인해 볼 경우엔 그곳에 내 게시물이 보여지게 될 것이다. ‘써클 밖 소식’ 은 내가 나의 써클 어디에도 포함시키지 않은 누군가가 자신의 써클에 나를 포함시켜서 해당 써클 공개로 올린 게시물들이 보여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대방이 내가 포함되지 않은 써클들만을 대상으로 게시물을 올렸다면 그 또한 나에겐 보이지 않지만, 상대방의 써클 어딘가에 내가 포함되어 있지 않더라도 내가 그를 나의 써클에 포함해 놓았다면, 상대방이 전체공개(Public)로 게시물을 올렸을 경우엔 나에게도 보여지게 된다.

얼핏 읽어보면 매우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나,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전혀 어렵게 여길 필요가 없다. 따로 친구신청/수락 과정은 없지만, 서로가 원하면 자연스레 교류가 시작되는 것이고, 친한 관계일수록 서로가 더 열려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또, 한쪽만 원할 경우라도 상대방이 누가 봐도 상관없다고 판단하여 전체공개로 올린 게시물에 한해서는 접근이 허용되는... 완벽한 선별적 공개 개념이 완성되어 있는 것이 바로 써클개념인 것이다.

직장 상사와 어쩔 수 없이 친구를 맺고 눈치가 보여서, 따로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할 필요도 없고, 특정인 몇명한테만 보이고 싶은 내용이라 따로 메일이나 메시지 기능을 이용해야 할 필요도 없으며, 사회적인 관계때문에 친구나 맞팔로우 관계를 맺고 있긴 하지만, 자꾸 쓸데없는 소리만 도배하는 것 땜에 짜증나 고민할 필요가 구플에선 말끔히 사라지게 된다.
친구들에게는 보이고 싶지만, 직장동료들이 보면 곤란한 내용이 있을 것이고, 동아리 사람들에겐 보이고 싶지만, 동아리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에겐 매우 무의미하거나 공감대 없는 내용도 있을 것이며, 친척들에게만 전하고 싶은 내용도 있을 것이다. 구플이라면 손쉽게 이런 선별적 공개가 가능하다는 것.... 그것이 바로 써클이다.





* 체크인을 위한 체크인이 아닌, 보다 자연스러운 위치기반 정보 공유

페이스북에선 Place 라는 기능이 중간에 도입되었고, 이것이 포스퀘어에 위협을 가할만한 기능으로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다른건 차치하더라도 페이스북 플레이스 자체가 국내에선 아예 지원이 안되고, 하루 속히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은 낌새도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도 장애가 많은 우리 국내법이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닐까 싶다.

구글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세계의 지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모든 위치에 대한 정확도 높은 방대한 정보가 구축되어 있는 상태다. 구플은 신생 SNS지만, 그 속의 체크인 기능은 포스퀘어보다도 더 월등한 구글의 지역정보 인프라를 그냥 가져다 끼워 넣기만 한 것 처럼 이미 완성도가 높다. 게다가 체크인을 위한 체크인을 할 수도 있지만, 사진,동영상,링크등을 첨부하는 것 처럼 자연스럽게 현재 위치를 첨부하는 형태로 위치를 공유할 수도 있다. 다시 말하면, 굳이 특정 장소를 소개하거나 특정 장소에 왔었음을 알리기 위함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일이 일어난 곳이 여기였음을 자연스럽게 함께 덧붙인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이제 이 구플의 현재위치 첨부 기능과 허들 기능을 잘 조합해 사용하면 어떤 모임장소 찾아오는 길을 전화로 설명 할 일이 전혀 필요 없어질지도 모르겠다.
물론, 위치기반에 특화된 포스퀘어만의 고유한 개념과 기능들을 완벽히 옮겨 놓은 상태는 아직 아니다.


* 페이스북보다 월등하고, 트위터의 메시업도 필요없어진 구플의 강력한 사진 기능

구플이 가진 눈에 띄는 강력함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사진이다. 구플의 사진 또한 구글의 서비스인 피카사웹앨범을 기반으로 하는데, 소셜함과 다양한 부가 기능을 갖춘 플리커에 밀려 단순한 개인 웹앨범 정도로 치부되던 이 피카사웹앨범도 구플과 결합함으로 이제 비로소 자기 몫을 제대로 해내기 시작하지 않을까 싶다.

페이스북은 사진 기능이 그다지 훌륭하지 못하다. 별다른 보정기능도 제공하지 않고, 원하든 원치 않든 사이즈와 퀄리티 제한이 있으며 담벼락에 올려놨던 사진을 나중에 앨범으로 정리하여 옮겨 관리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그닥 만족스럽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유저들은 사진 편집 기능을 가장 갈구하는 것 같지만, 페이스북에선 자체적인 사진편집을 전혀 지원하지 않으며 앨범의 개념도 우리에게 익숙한 싸이월드 사진첩의 개념과는 달라서 별로 활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구플은 완벽히 그 반대일까? 아직은 예스가 아니다. 하지만, 현재도 구플 자체에서 몇가지 보정기능을 지원하며 앞으로 편집가능 범위는 더 넓어질 것으로 예상이 되므로 페이스북의 취약한 사진 기능하고는 비교가 안되는 만족감을 주게 되지 않을까 사료가 된다. 또  무엇보다 처음에 얘기했듯, 구플에 올리는 사진은 모두 피카사웹에 올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스트림에 일회성으로 올렸다가 저멀리 밀려 내려가는 패턴에 그치지 않고, 싸이월드에서 사진첩을 관리하던 것 처럼 사진들을 앨범단위로 정리하여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페이스북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체계적으로 말이다.) 직접 구플에서 사진을 몇장 올린 다음 구글의 피카사웹앨범에 접속해 보면 백문이 불여일견일 것이다. 구플에선 사진을 올리거나 감상하고, 디테일한 편집과 관리는 피카사웹에서...
또, 구플의 강력한 사진 기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특히, 데스크탑 환경에서는 직접 사진 메뉴로 들어가서 확인해 보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화려하고 시원시원한 인터페이스를!!.. 이것은 가로 혹은 세로가 2048px 을 넘지 않는 한, 원본 사이즈 그대로를 업로드할 수 있는 피카사웹의 특징과 유동폭 레이아웃의 장점을 결합하여 극대화 한 인터페이스인 것 같다. 썸네일 이미지 조차 단순하게 나열시켜 보여주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뿐더러, 사진 슬라이드 화면은 스크린을 100% 꽉 채워준다.


그리고 휴대폰에 구글플러스 앱을 설치하면, 앞으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은 와이파이 환경에서 자동으로 피카사웹에 전송되어 저장되기 때문에, 별다른 절차 없이 그냥 PC에서 구플에 접속하기만 하면, [사진 > 내 휴대전화 사진] 에서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들을 펼쳐 놓은 다음, 공유할 건 공유하고, 지울건 지우고, 하드디스크로 다운받을건 다운받고, 앨범에 정리할 건 정리하는 등의 작업을 매우 손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 지게 된다.

피카사웹과 결합한 구플의 사진 부문은 이 밖에도 여러 막강한 편의기능을 앞으로 계속 추가해 나아갈 것이므로, 아마 플리커까지 눌러버릴 수 있을 만한 기반을 본격적으로 다져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스카이프를 대체하기 위해 준비중인 듯한 ‘수다방(Hangouts)’

구플에선 다중 라이브 화상/음성 채팅을 지원한다. 특정 서클을 대상으로 수다방을 열면, 그것이 스트림에 표시되며, 그걸 볼 수 있는 사람들은 10명까지 즉시 수다방에 참여하여 실시간으로 화상/음성 채팅을 할 수 있다. 아직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인터페이스로 진행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이 또한 매우 매력적인 기능이다. 아직 모바일에선 이 기능을 지원하지 않지만, 지원되는 순간 스카이프가 필요 없어지지 않을까?




이상, 구글플러스를 사용해 보면서 체득한 특징들이나 지식을 볼품없는 문장력으로 나름 소개해 보았으나, 아직 이것이 구글의 의도와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사실이라 확신할 수도 없고, 극히 표면적이고 일부에 지나지 않은 이 외에도 훨씬 더 많은 놀라움들이 구글플러스 안에는 숨어있을 것이다.
포스팅 중간 어딘가에도 언급했지만, 모든것은 백문이불여일견이다. 새로운 것에 겁먹지 말고 직접 체험해 보며 그 매력을 느껴보기 바란다. 구글플러스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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