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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해 2010년은 블로그의 시대에서 본격적인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시대로 전환되는 타이밍이 아닐까 싶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급격하게 늘어날 듯 하고, 스마트폰 보급에 비례하여 트위터 이용자의 수도 꾸준하게 불어나고 있지 않을까? (단지 예측일 뿐, 근거 없는 얘기이므로 신뢰 금지)

 물론, 블로그의 시대가 간다고 하여서 블로그가 쇠퇴하여 없어져 버릴거란 얘기는 아니다. 소셜네트워크안에서 다른 매체들이 갖지 못하는 블로그만의 속성(표현의 분량과 방법에 있어 제한이 거의 없다는 사실)은 분명히 건재하기에, 독보적인 자리에선 물러나되 여전히 다른 매체들과 어우러져 소셜네트워크의 한 매체로 굳건히 자기 자리는 지켜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되었건 난 트위터 얘기를 하려던 것이었으므로 서두는 이쯤에서 접고,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트위터를 사용하면서 느끼고 터득한 사실을 얘기해 보겠다. 단, 트위터에 대한 강의나 조언같은 것은 아니다. 고작 팔로잉,팔로워 숫자 100 정도밖에 안되는 소소한 수준의 평범한 트위터러일 뿐이므로 그건 시건방일게다.

 내가 처음 트위터를 시작했을 때는, 한명 한명 파도를 타듯 팔로잉을 늘려갔고, 그에 따라 소박하게 팔로워도 한명씩 늘어나는 재미가 있었다. @xguru 님이 일종의 매쉬업으로 개발하고 정착시켜 놓으신 자기소개 해쉬태그 #self_intro 를 이용하면 확실히 팔로워를 늘리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내가 트위터를 하는 목적이 '많은 팔로워' 는 아니었으므로 왠지 그곳에 내 소개를 올려놓고 팔로워들을 기다리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종종 #self_intro 를 확인하면서 나랑 관심사나 분야가 비슷한 사람을 발견하면 팔로우를 하곤 했지만 말이다. 뭐 그냥 스타일의 차이인 것이다.
 여튼 그렇게 시작한 나의 타임라인은 당연히 한산한 편이었기에, 그때는 매일 매일 하나도 빼놓지 않고 타임라인의 트윗들을 확인하며 이런저런 트윗도 하고, 맨션도 주고받으며 그 소수의 사람들과 교감하였으며, 그것이 참으로 즐거웠다.

 하지만, 누구든 검색하다가 나의 트윗을 볼 수도 있고, RT라는 3차원적 노출경로는 새로운 접촉을 맺어주기도 하기에, 그로 인해 꾸준하게 늘어나는 팔로잉/팔로워 숫자는 점차 타임라인을 감당하기 힘들 만큼 붐비게 한다...
 내가 나름 지켜본 바에 의하면, 트위터를 시작하고 재미를 붙였다가, 점차 시들해지는 사람들이 흥미를 잃어가는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이 아닌가 싶다.
 타임라인에 올라온 모든 트윗을 확인하면서, 팔로우 한명한명을 소중하게 대할 수 있을때는, 그 자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기에 즐거웠지만, 내가 마지막으로 확인한 트윗 위로 쌓여있는 수많은 트윗들을 하나하나 다 확인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너무 많아짐에 따라 조금씩 벅차지기 시작하고, 나중엔 그게 무서워서 타임라인을 쳐다보는것조차 겁날 지경이 되기도 하고, 심지어는 그때문에 팔로잉 숫자를 감원하는 주객전도의 경우도 많이 봤다. 소수일 때는 잘 몰랐는데, 팔로잉/팔로워가 늘어남에 따라 왠지 인파속에 파묻혀지고 있는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은 처음부터 이미 그런 상태나 다름없었는데 말이다.

 나 역시 팔로잉 정리까지는 아니더라도, 타임라인땜에 괴로워 하던 시기는 있었다.
 그러나 이젠 깨달았다. 트위터를 할 때, 가장 한심한 짓이 타임라인의 모든 트윗을 소중히 여기고 하나하나 다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트위터의 본질을 생각해 보면, 트위터는 '일대일의 관계' 로 묶여서 소통하기 위한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할 수 있다. 팔로잉/팔로워는 싸이월드가 지배하던 시절의 그 '일촌' 관계 같은것과는 전혀 틀린 것이다. 트위터는 말 그대로 '지저귐들이 가득한 공간' 일 뿐이다. 다만, 그 엄청난 지저귐이 모두 뒤섞이면, 오히려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되기 때문에 맨 처음엔 아무 소리도 듣지 않는 상태로 시작해서 자기가 듣고 싶은 지저귐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 뿐이다. 싸이월드의 오랜 지배를 받아온 수많은 국내 이용자들이 트위터의 팔로잉/팔로워 개념을 자꾸만 일촌과 연관지어 이해하려 하다보니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또 '맞팔로우' 라는 별 의미없는 행위를 중시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그것은 또, 누군가의 언팔로우에 기분 나빠하는 불필요한 정신적 에너지 소비로 이어지기까지 한다. 어찌보면 '관계'에 대한 우리의 정서 자체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트위터는 일방적인 관계를 기본으로 하며 소통이 이루어지는 곳일 뿐, 쌍방의 합의에 의한 일대일 관계들이 모여서 대화와 정보를 주고받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상대방의 수락이 있어야 팔로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내가 누굴 팔로우했다고 해서, 그 사람도 날 팔로우 해주는게 인지상정이란 생각 따위도 갖지 말자. 트위터를 정보채널로서 진짜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사람은 팔로잉 수치가 높은 사람이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들이나 얼리아답터들, 저널리스트, 정보의 리더들같은 부류는 팔로워 수치가 훨씬 많겠지만, 팔로워 수치에 상관없이 팔로잉 수치가 얼마인가가 중요할 뿐이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가 잘 아는 모 뉴스앵커나 모 스케이터, 모 뮤지션 같은 사람들은 트위터를 자기 관리에만 사용할 뿐, 트위터를 정보습득 채널로 활용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물론, 다시 본질로 돌아가보면 트위터라는 공간은 '지저귀는 곳' 이라는 점에서 그 또한 잘못된 것은 아니다. 정보습득은 대부분의 일반적인 유저들을 고려한 트위터의 태생 목적일 뿐, 트위터를 함에 있어 의무사항같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누가 보건말건 혼자 지저귀고 내가 지저귀는 것에 대해 반응하는 사람들하고만 대화를 하는 것도, 알아서 팔로워들이 몰려드는 장점을 가진 사람들에겐 소통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오직 트위터를 자꾸 싸이월드같은 커뮤니티 개념으로 대하려는 사람들인 것이다.

 자꾸만 얘기가 다른 곳으로 빠지는 것 같지만, 지금부터 할 본격적인 얘기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해해야 할 부분들이었다.

 트위터는 TV가 그렇듯, 실시간의 정보유통채널이다. 인류가 쉴새없이 쏟아내는 정보들이 이미 뉴스보다 빠르게 전파되고 심지어 뉴스의 출처가 트위터가 되기도 할 정도이므로 이미 TV도 비교가 안될지 모르겠다.
 혹시 TV앞을 떠날때, TV의 모든 채널을 녹화해 두었다가 나중에 그것들을 죠그셔틀링 하며 모두 확인해야만 잠이 오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정신병자의 이상행동중에서도 그런 행동은 없을 것이다. 타임라인도 TV처럼 생각해 보자... 내가 타임라인앞을 떠난 순간부터 다시 돌아오는 순간 사이에 바뀌어 있는 타임라인을 모두 다 확인하는 것은 TV에 나온 모든 방송을 24시간 녹화해 두면서 일일이 다 돌려보는것이나 마찬가지다. 돌려보는 동안에도 TV는 계속 흘러가고 있다.
 타임라인은, 내가 팔로우 해 둔 사람들의 지저귐들이 실시간으로 계속 흘러나오고 있는 TV 혹은 라디오다. TV나 라디오를 켰을 때, 보고 들을 수 있는것에 우린 집중하면 된다. 그것이 타임라인이다. 내가 없을 때, 누군가 올린 트윗을 내가 그 사람의 팔로워라는 이유로 꼭 확인해 줘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팔로잉에 대한 예의같은 것과도 전혀 상관이 없다. 블로그는 정보가 저장되는 곳이지만, 트위터는 정보가 흐르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타임라인' 인 것이다. 내가 지켜보고 있을 때, 내 눈에 걸리는 트윗만 보거나 반응해주면 된다. 바로 이것이 실시간으로 흐르고 있는 타임라인을 대하는 제대로 된 자세다. 타임라인에서 못보고 지나간 아랫쪽은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이미 현재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큰 가치도 없다.
 물론, 위와 같이 본다면 트위터가 TV나 라디오와 다를게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었던가? 인터넷의 장점인 인터엑티브함을 무시하는 발상이 아닌가? 라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트위터가 타임라인으로만 구성되어 있는가? 아니다. 타임라인에선 끊임없이 정보가 흐르고 있지만, 타임라인을 여러가지로 요리할 수 있는 배려들이 있다.
 트윗 내용안에 자신의 트위터네임이 포함되어 있는 트윗.. 즉, 멘션들만 모아놓고 볼 수 있게 해주기도 하고, 정말로 이 사람의 트윗은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확인해야한다 싶으면, 그 사람의 트윗홈으로 직접 가면 된다. 그런 사람이 여러명이라면 일정한 기준을 잡아 리스트로 관리하면서 확인할 수도 있다. 리트윗들만 모아서 볼 수도 있다. 아무래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졌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을테니 조금 더 값어치 있는 내용이 담겨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일 것이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비정상적인 TV녹화가 아니라... 자신과 관련된 방송이나 즐겨보는 방송들만 골라서 녹화해 두는것을 이미 트위터가 알아서 해주고 있는 셈이다. 타임라인을 기준으로 본다면, 지나간 수많은 트윗들을 모두 버릴 수는 없으므로, 필터링을 통하여 건져내야 할 것들만 건져서 확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트위터 클라이언트 어플리케이션들은 타임라인의 트윗들을 보다 다양하게 요리하여 분류해 주고, 심지어 독자적인것처럼 보이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 모든것도 결국은 타임라인의 트윗들이라는 소스를 어떻게 필터링하여 응용하느냐를 통하여 개발되는 것이다.

 이미 타임라인의 개념을 이해하고, 트위터 자체를 200% 이상 활용할 줄 알며, 팔로잉/팔로워 관계에 대한 관념도 뚜렷한 트위터러들이 더 많겠지만, 팔로잉 숫자가 많아지면서 점점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타임라인 때문에 고민하고 있거나 아직도 팔로워 한명한명을 소중히 여겨야 할 일촌같은 개념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 트위터의 기본 개념 터득을 마치지 못한 과도기 트위터러들을 위해 주제넘게 내 생각을 전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물론, 나도 아직은 트위터를 꿰뚫고 있는 사람이 결코 아니며, 트위터를 이용하는 방법에 정답이 있는것도 아니므로, 꼭 나와 같은 생각으로 트위터를 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므로 납득되지 않는다면 무시해도 좋다.

 다만, '타임라인을 대하는 자세' 만큼은 나의 생각에 대해 조심스럽게 확신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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