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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좋아하는 밴드와 음악은 엄청나게 많지만, 그들의 앨범 하나 하나에 수록된 거의 모든 곡을 좋아하는 경우는 사실 흔치 않다. Oasis 마저도 말이다.
 비교적 최근의 예를 꼽아 보자면, Linkin Park 의 'Meteora' 까지, Green Day의 'Dookie' 부터 모든 앨범, Metallica 의 다섯번째 정규앨범까지(이건 최근이 아니구나...) 정도랄까... 사실, 나이를 먹고 음악 서칭에 할애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감에 따라 놓치고 있는 앨범들도 한둘이 아니긴 할 것이다.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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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아주 최근에, 나는 또 한장의 사랑스런 앨범을 만났다.

 바로 Simple Plan 의 동명 타이틀 앨범 'Simple Plan'
 

 일각에선, 그들이 너무 노골적인 팝 성향을 내세웠다는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 충분히 상상될 법 한 앨범이지만, 일단 난 그런것에 별로 개의치 않은지 오래되었으니 무시하겠다. (위에서 말했듯, 소위 '진정한 락'이라든가 '락 정신' 등을 어설프게나마 머릿속에 정리하며 가려 듣던 나이가 지난 듯 하다.;;)






 내가 Simple Plan 을 처음 접하게 해 준 곡은 첫번째 앨범, No Helmets No Pads...Just Balls(2002)에 수록된 'I'd Do Anything' 이었는데, 사실 그때도 팝적인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마치 스쿨밴드 같은 풋풋함이 가득 묻어 있었고, 그래서 그냥 즐겨 들었다. 'Addicted' 를 비롯한 귀여운 한 두곡 정도에 약간의 애정을 갖으며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별다른 관심 없이 시간이 흘렀고, 나의 관심 레이다로부터 거의 벗어나 있었던 그들이었는데, 이제 막 락 음악에 빠지기 시작한 한 어린 여후배로부터 오랜만에 다시 'Simple Plan' 이라는 밴드명을 듣게 된 것은 바로 얼마전이었고, 그로 인해 세번째 정규앨범이 발매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난 일단, 인터넷 환경도 여의치 않은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를 생각해 그 아이가 부탁한 곡을 구해주려고 이 앨범을 입수한 것 뿐이었는데(CD를 사라고 권해야 옳은 행위였겠지만...), 정작 지금은 내가 이 굉장한 앨범에 완전히 빠져서 즐거운 repeat 을 반복하고 있는 처지가 되었다.


 서론이 쓸데없이 길었다.

 자, 그럼 라인업부터 우선 간단히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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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erre C. Bouvier(피에르 부비에 / 보컬)
 Chuck A. Comeau(척 꼬모 / 드럼)
 Jean-Francois Stionco(제프 스팅코 / 리드기타)
 Sebastien Lefebvre(세바스티앙 르페브르 / 기타)
 David P. Desrosiers(데이빗 데로지에 / 베이스)

[사진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적었다]

 이들은, 전부 캐다나 출신이며, 세바스티앙만 빼고 전부 초밥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무래도 일본 공연때, 초밥을 엄청 쳐먹고 돌아다녔을 것 같다.) 그리고, 데이빗 데로지에는 대중적(?) 마스크를 소유하여 아무래도 여성팬이 가장 많은 듯 하다.


 뭐, 어찌되었건 드디어 이번 앨범의 수록곡들을 소개하겠다.


 01. When I'm Gone

 후배가 구해달라고 했던 곡이며, 이 앨범의 타이틀 곡으로 추정되는데, 별다른 설명이 필요치 않은 듯 하다. 그냥 굳이고, 최고다!! 처음에 이 곡에 빠져서, 한 100번은 반복해서 들은 것 같다. 도입부부터 끝날때까지, 보컬,리프,드럼,멜로디 라인까지 모든 부분이 내 귀에는 눈물날 정도로 완벽하다. 기분에 따라 우울하게 들리기도, 밝게 들리기도 하지만, 결론은 감동적이라는 것이다.

 02. Take My Hand

 빠르고 강한 폭주로 시작되는 이 곡은, 뭔가 힘이 가득 실려 있으면서도, 부담없이 편안하다. 왠지 복고적인 느낌이 들어서 그런 것 같다. 잠깐씩 쉬어가면서 계속 휘몰아치는 것이, 마냥 신나고 시원해지게 해 준다.

 03. End

 뭔가 비장한 듯한, 혹은 화가 난 듯한 독백스러운 보컬이 인상적이다. 비교적 단순하지만, 역시 힘을 가득 실어 퍼부어 대는 곡이다.

 04. Your Love Is a Lie

 제목에서 이미 느껴지듯,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으로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다. 지극히 팝적이지만, 락에서만 표현 될 수 있는 파워 넘치는 절정부와 기타 솔로가 가슴을 찢어 놓는다.

 05. Save You

 이번 앨범엔 발라드틱한 곡이 좀 많이 들어 있다. 4번 트랙보다 한층 더 멜로디라인이 감미롭게 강조되어 있으며, 아름다운 기타 솔로와 드라마틱한 구성이 가슴을 후벼 판다. 분위기 절정으로 끌어 올리기에 딱 맞는 만점짜리 곡이다. (피에르가 암 투병중인 동생을 위해 쓴 곡이라고 한다. 'Sometimes i wish i could save u')

 06. Generation

 개인적으로 이 곡에선 별다른 매력을 못 느끼고 있다. 이 곡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반감을 살지 모르지만, 과감히 버리고 넘어가겠다.

 07. Time To Say Goodbye

 살짝 네오펑크스런 스타일의 곡이지만, 그 와중에도 멜로디에 신경을 쓰면서 질러대고 있는 것 같다고 할까. 하긴, 요즘 메인스트림 펑크 밴드들이 다 그런 경향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설마, 내가 Simple Plan 을 펑크밴드라고 보고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어쨌건, 다분히 대중적인 느낌의 귀여운 곡이다.

 08. I Can Wait Forever

 또, 발라드틱한 트랙의 등장이다. 그것도 전형적으로 Firehouse 틱한 느낌의 발라드를 닮았다.(처음 떠오른 밴드가 Firehouse 였음) 로맨스 드라마의 엔딩 크레딧과 함께 흘러나오면 아주 딱일 것 같은 이 곡도 역시 감성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멜로디와 절정의 기타 솔로.. 특히, 기타 솔로는 5번 트랙에서 한번 더 업그레이드 되어 초절정에 달해 있는 상태로 전율을 돋게 해 준다.. 라이브에서 한껏 후까시를 잡을 수 있을 제프 스팅코의 솔로 플레이가 상상된다. 빨리 그 모습을 보고 싶어 참을 수 없어질 정도다.

 09. Holding On

 아주 살짝 몽환적이고, 경쾌한 보컬 위주의 곡으로, 그냥 편하고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복고적이면서도 세련된 곡이다.

 10. No Love

 이렇게 되고 보면, 앨범의 절반 가까이가 발라드다. 슬슬 헤깔리기 시작할 정도지만, 이 앨범의 여느 발라드 트랙처럼 사랑스러운 멜로디가 돋보인다. 다른 발라드 트랙들의 절충된 듯한 정도의 감성적 자극이다.

 11. What If

 마지막 트랙다운 선택이다. 이 앨범에서 가장 중립적 느낌의 연주와 보컬... 그것은 곧, 평범하다는 얘기다. 6번 트랙과 함께 별다른 특색 없는 또 하나의 곡으로 이 곡을 지명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마지막 트랙 다운 진지한 구성이 있어서, 버리고 넘어가기엔 아까운 곡이다.


 끝이다. 리뷰라기 보단 감상을 끄적인 것이므로 미흡한 지식에 대한 화살이 혹시 날아오더라도 상처 받지 않을 정도로만 날아왔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Simple Plan 의 Simple Plan 에 대한 소개를 마치도록 하겠다.

 끝으로, 정직하게 고백하건데, 나는 CD를 구입하지 않은지 아주 오래되었다. 고로, 자랑은 아니지만 좋아하는 모든 곡을 mp3 혹은 ogg 파일로만 보유한다. 하지만, 이런 좋은 앨범이나 좋아서 미칠 것 같은 곡들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도리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내 음원파일과는 별도의 디지털 구매를 따로 해주는 대안을 마련하여 지키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 미니홈피나 블로그 배경음악 등을 통한 구입을 의미한다. 내가 지불한 돈의 일부가 밴드에게도 돌아가는걸로 알고 있는 한 말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에서 철저한 노 바잉만을 고수하고 있는 분이 있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밴드나 곡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생각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나는 이 앨범을 과감히 CD 구입으로까지 고려하고 있음을 참고로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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