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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바로쓰기', '틀리기 쉬운 우리말' 등등의 화두는 이미 오래전부터 수없이 회자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모국어의 사소한 오류들을 극복하지 못하고.. 혹은 극복하지 않은채 살아가고 있는 자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난... 범하기 쉬운 우리말에 대한 오류들을 구석구석까지 샅샅이 뒤져서 모아다가 나열하겠다는 주제넘는 짓은 자제하더라도, 최소한 우리의 실생활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것 중 몇가지만 콕 찝어서 한번 설명해 보기로 했다.

 (다른 것이 발견되면 추가하여 리포스팅 할 것이다.)


 당신이 완벽한 모국어를 구사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지 않다면, 품격있는 언어생활을 위해 한번씩만 훑어봐 보자.



 * '이빨' 과 '이' 의 차이.

 

 만약 치과의사가 '이빨' 이라는 말을 쓴다면, 그 자는 돌팔이일 가능성이 있다. 치의학을 공부하면서 둘의 차이에 대해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면, 수업을 충실하게 듣지 않았거나, 공부를 설렁설렁하고서도 운좋게 의사가 된 것이 아닐까? 그럼, '이빨' 과 '이' 의 차이는 무엇일까? 답은, '짐승'과 '인간' 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 '이빨' 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짐승같은 놈들도 있을테지만, 평범한 인간들의 치아는 '이' 라고 하는 것이 옳은 것이다. 지금껏 교양없이 스스로의 치아를 '이빨' 이라고 칭하고 자식들마저 짐승취급을 하던 자들이여,, 그대도, 아이들도, 이제부턴 '인간' 이 될 수 있다.

 


 * '우리' 와 '저희' 의 차이.

 

 알면서도 '높임말' 이라는 늪에 빠져서 무의식중에 틀려버리는 사람들의 수도 무시 못할 것 같은, 이 '우리'와 '저희'....... 아마 가장 흔히 오용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 는 보통말이고, '저희' 는 높임말이라고만 생각하는 것 같다. 게다가 정도가 좀 심각한 편이다. TV에 나와서 얘기하는 연예인들이나 시민들, 심지어 MC나 정치인들 중 상당수도 이 오류를 즐겨 범하기 때문이다. 절대 틀리지 않는 집단은 말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아나운서나 앵커들 밖에 없는 것 같다. 누구의 잘못인지는 모르지만, TV드라마에서조차 흔하게 틀리는 것을 보면 보통 심각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배우의 잘못이 아니라면, 대본을 그렇게 써놓은 작가의 짓이라는 얘긴데.... 그렇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내가 모든 드라마를 붙잡고 앉아 보는 사람은 아니므로 전체 오용장면의 100분의 1도 안되는 양이겠지만, 드라마에서 오용하는 사례를 잠깐 보자...


 << KBS드라마 '바람의 나라' 중 몇십초를 올렸으나, 같잖은 저작권 문제로 동영상은 삭제 >>

 

 이 드라마에서 무휼(송일국)과 해명(이종원)은 함께 대소왕을 공격했다. 근데 송일국은 '저희가 죽인건...' 이라고 하고 있다. 잘못된 표현이다.


 << MBC드라마 '선덕여왕' 중 몇십초를 올렸으나, 같잖은 저작권 문제로 동영상 삭제 >>


 여기선 전후사정을 알 것도 없다. '저희들도 피해야 합니다' 라는 말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표현이다.



 자, 이제부터 여러분은 연예인들보다 우월해 질 수 있다.

 '우리' 와 '저희' 를 결정짓는 기준은 무엇인가? (상대방에게 높임말을 쓸 필요가 없는 상황에선 '저희' 를 쓸 일이 없으므로, 상대방에게 높임말을 써야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설명하겠다.)

 듣는 사람과 말하고 있는 나의 관계는 우선순위가 아니다. 그저 '우리' 를 '저희' 라는 겸양표현으로 바꾸어 말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느냐 마느냐의 차이 정도에만 관여할 뿐이다. 중요한 것은 듣는 사람과 나, 그리고 지금 지칭하고 있는 집단 사이의 관계다. 무슨 말이냐?... 풀어 얘기하겠다.

 내가 지금 얘기하고 있는 집단에 나랑 상대방이 모두 속해있다면 상대방과 내가 무슨 관계건간에 무조건 '우리' 라고 해야 맞는 말이며, 나는 속해있지만 상대방은 그 집단 밖의 사람일 경우에만 겸양하는 표현인 '저희' 를 '우리' 대신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직도 이해가 안되는 사람을 위해 예를 들어보겠다...

 축구선수가 국민들이 보고 있는 인터뷰에서 '저희나라' 라는 표현을 한다면, 그 축구선수의 잘못된 표현이거나 기자를 외국인으로 착각하고 있는것일게다. 이 경우... 한국대표팀의 축구선수(나)와 한국 기자(상대방)와 국민들(상대방)은 모두 '한국' 이라는 같은 집단의 구성원이라는 전제가 있다. 따라서 이때는 무조건 '우리' 여야 하는 것이다..... '저희' 라고 하는 것은.. 듣고 있는 사람들을 '너희' 취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나라가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라는 말은 곧, '우리 한국이 너희 나라를 이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거다' 라는 의미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외신을 상대로 인터뷰 하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없는 표현일 수도 있지만, 한국 국민들을 대상으로는 성립될 수 있는 문장이 아닌 것이다.

 또 하나의 예를 보자. 선생님이 학생에게 물으셨다. "너희 가족은 몇명이니?".. 학생이 대답한다. "저희 가족은 20명입니다.".... 이것은 매우 올바른 표현이다. 상대방은 내가 다니는 학교의 선생님일 뿐, 지금 대화에서 지칭하고 있는 내가 소속되어 있는 '가족' 이라는 집단의 구성원이 아니다. 이미 물어볼때도 '너희'가족 이라고 하였으므로 명백히 우리 집단의 사람이 아니라는 얘기다... 바로 이런 전제가 있어줌으로 인하여 이런 경우엔 '저희' 를 '우리' 대신에 사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혹시 여기까지 읽었음에도, 나의 부족한 설명력 탓에 이해가 잘 안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우선은 이렇게 기억해 두자..

 평소처럼, 상대방이 윗사람일 경우엔 '저희'... 아닐 경우엔 '우리'... 라고 일단 인식하기로 하자. (원래는 매우 잘못된 인식이지만, 절충하는 것임을 명심하라.)

 대신, 내가 지금 지칭하는 집단의 구성원으로 나와 상대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면, 그때는 상대방이 임금님일지언정 무조건 '우리' 여야 한다!!! 

 회사 사장님한테 우리회사 일을 얘기할 때도 무조건 '우리' 여야 하고, 100세가 넘은 옆집 할아버지를 만나도 우리동네 얘기를 할 때는 무조건 '우리'여야 하는 것이다.



 * '~에' 와 '~의' 의 구분은 기본인데!

 

 위에서 설명한 '우리' 와 '저희' 못지 않게 많이 틀리는 것이 바로 격조사 '~의' 를 붙여야 할 곳에 붙이는 '~에' 인 것 같다. 그리고 이걸 틀리는 사람들은 사실 국어교육 수준이 상당히 의심되거나, 혹은 우리말을 읽고 쓰는 연습을 거의 안하고 살아온 사람들일게다. (뭐, 그대신 숫자나 기호를 열심히 갖고 놀았다거나 예체능 분야의 어떤 활동을 열심히 해왔다면 다행이지만...)

 이 격조사들의 경우, '~에' 를 써야 할 곳에 '~의' 를 붙이는 오류는 다행히 없는 것 같고, '~의' 를 붙여야 할 곳에 '~에' 를 붙여서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물론, 틀리지 않는 사람은 절대로 틀리는 법이 없다. 어렸을 때, 그 차이를 확실히 익혀 놓았다면 절대로 틀릴 일이 없기 때문이다. 따로 익힐 필요도 없다. 독서량이 거의 없는 삶을 살아오지 않은 이상, 이걸 구분하지 못 할 이유가 없다. 근데, 의외로 구분 못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은 참 충격적인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에' 와 '~의' 의 차이에 대한 설명은 따로 하지 않겠다. 이 글은 기초국어 강좌가 아니며, 이것조차 구분 못하는 사람들은 이 글을 유심히 읽어볼 것 같지도 않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을 읽는 분들께 부탁을 드리고 싶다.

 '~의' 를 붙여야 할 곳에 '~에' 를 붙여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오류를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오류를 범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그런 경우를 본다면, 그냥 넘어가지 말고 그것이 틀렸다는 사실을 지적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왜 틀렸는지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해주면 더 좋겠지만, 그냥 거기엔 '에' 가 아닌 '의' 를 쓰는거라고 고쳐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야 최소한 자신이 오류를 범했다는 사실을 인지할 것이고, 올바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왜 틀린것인가에 대해 알아보고 고치려 노력하거나 기억해 둘 것이다. 잘 아는 사이일수록 꼭 지적을 해주는 습관을 갖도록 하자.



 * 싱글앨범 ????

 

 이건 좀 어울리지 않는 항목이란 생각이 얼핏 들었으나, 외래어도 우리말의 일부이므로 다루기로 한다.

 수많은 사람들... 심지어 음악을 하는 사람들 조차도 엄청나게 잘못 사용하는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이 '싱글앨범' 이 아닐까 한다. 사실, 이 부분은 싱글 음반이 거의 발매되지 않던 우리나라에서 '음반=앨범' 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심어진 탓에 생겨난 오류일 것이다.

 원래 음반 시장에서 음악이 유통되는 기본은 '싱글' 이었다. 즉, 곡단위로 음반을 만들어 매매하는 것이 기본 유통방식인 것이며, 이것은 처음 레코드판이 발명되었을 때 기록할 수 있었던 분량의 제한과 관련이 있다. 물론, 기술의 발전과 함께 늘어난 기록가능 분량 덕택에 가장 늦게 생겨난 개념이 바로 이전의 곡들을 모아서 일종의 작품집처럼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한 '앨범' 이라는 음반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유통마진 문제로 아주 오랫동안 싱글을 취급하지 않고 앨범만을 취급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사람들은 싱글에 대해 생소할 것이고, 그래서 기존의 개념에 박혀있던 '음반=앨범' 이라는 인식이 작용하여, 싱글음반=싱글앨범이 되어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싱글은 싱글인 것이고, 앨범은 앨범인 것인데 말이다.

 자세한 설명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 읽어 보아도 싱글과 앨범의 차이에 대한 이해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혹시 지금까지 이 오류를 범해왔다면, 앞으로는 어디가서 '싱글앨범' 이라는 민망한 표현을 다시는 쓰지 않으리라 믿겠다.

 ('싱글들을 모아서 만든 앨범' 이라고 억지로 해석한다면 말은 될지도 모르겠으나, 당신이 이 오류를 범했을 때, 지칭한 것은 앨범이 아닌 싱글이었을 것이므로, 그간 범해왔던 오류에 대해 빠져나갈 구멍은 없다.)



 * '장애우' 는 장애인 차별단어

 

 장애를 지닌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별하는 단어는 '장애인' 과 '비장애인' 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을 '장애우' 라고 한다면, 그것은 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人)'이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정상적인 사람의 '친구(友)' 로 간주하는 뉘앙스가 되기때문에 심각하게 격하시키고 차별하는 언사다. 반대로 장애인에 대비시키기 위해 '정상인' 이라는 표현을 한다면, 그순간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비정상인' 이라는 표현에 위치하게 되므로, 이 역시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장애 여부로 사람을 구별하는데 적절한 말은 오직 '장애인-비장애인' 뿐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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