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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디스크의 자료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다. 일본에서 생활 할 때 쓰던 일본생활기...... 지금의 시각에선 잘못되었거나 일본 초보의 풋풋한 감상으로 느껴지는 부분들도 종종 눈에 띄지만, 당시엔 정성껏 썼던 글들이다. 2005년 3월부터 2006년 3월 사이에 씌여진 글들이지만, 그 기간에 비해서 양이 그리 많지는 않다. 게을렀나보다....



출국 5일전

 

지금 나는 설레이지도 않고, 두렵지도 않고, 그저 뿌옇다.

당장에 짐 들고 인천공항까지 갈 걱정, 귀찮은 비행기 탑승수속, 탑승대기, 나리타에 내려서 또 입국수속, 짐 처리......  이런것들에 대한 짜증만 벌써부터 날 괴롭힐 뿐이다. (아직 국내에서도 출국을 위한 몇가지 준비가 덜 끝났는데...)

지금의 이 기분과 5일 후의 현실을 비교해 보겠다.

 

입국 첫날

 

생각만큼 짜증나는 하루는 아니었다. (물론, 공항에서의 인고는 없을 수 없는 것이라지만......)

집도 좋고, 이웃들도 좋고, 사람들은 다 친절하고... 몸은 피곤하지만, 정신적 피로는 자연스럽게 녹여주는 나라임을 절실히 깨달아 버렸다. 미닫이 문 한번 잡아주는 작은 친절에 전형적인 일본여성의 목소리 톤으로 부담스러울 정도의 고마움을 표시하던 어느 어여쁜 아주머니를 잊을 수 없다... 일본인들에게 '감사합니다','죄송합니다.','수고하십니다' 가 입에 베어있는 말이라는걸 완벽하게 실감했다. (물론, 물가는 치명적이다....;;)

외국인으로서 보아오던 일본인들이었는데, 내가 외국인이 되어 그들의 나라에 들어와보니 그동안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그들이 눈에 들어온다.

다만............... 아침에 한국집을 떠나면서 챙긴다고 챙긴 디지털카메라의 USB케이블이... 알고보니 MP3 플레이어의 USB케이블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약간은 좌절했다. (오늘 신나게 찍어댄 사진들은 나중에 정리해서 올려야 할 듯 싶다.)
이건 아무래도 역시 새 디지털카메라를 일본에서 구입하라는 운명적 실수임에 틀림없다.

 

 

물가는 치명적이지만..

 

싼건 한국보다 엄청나게 싸다!
특히, 전자제품......
오늘 신주쿠에 있는 비쿠 카메라(BIC CAMERA)에 가서 34천엔짜리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했는데, 마침 네이버에 접속했더니 똑같은 모델의 출시기념 이벤트 광고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번 놀라고... 광고를 본김에 한국 최저가를 알아보니 43만원이다. 일본의 적립시스템을 감안하면 거의 15만원 차이나는 가격이 한국의 최저가란 얘기다. 그래서 한번 흥분했다. 한국보다 전자제품이 싸다는 얘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줄은....!
물론, 이 얘긴 내자랑이었고, 우연히 보드장비 가격에 대한 얘기를 들었는데... 여름이 되면 한국의 보드장비 가격과 이곳의 보드장비 가격은 절반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만약 누군가 보드장비를 풀셋으로 마련할 예정이라면 왕복 비행기값까지 합해도 여름에 일본에 와서 마련해 가는것이 훨씬 싸다는 얘기다.

물론, 난 일본에 온지 고작 2일밖에 안됐으니 마냥 신기할 뿐인지라......

 

 

일본 꼬마와 엄마... 그리고 철저한 길안내, 철저한 양보.

 

버스를 탔다. 맨 뒷좌석 옆자리에 어느 어머니와 그녀의 어린 아들과 딸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어머니와 아이들의 대화... 뭐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으나 그 느낌이라는게.... 대단히 다정하다. 그리고 포근하다.
결정적인것...... 아이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 "오까-~".............
으윽....! 말로 표현하기 힘든 전율....!!
한국에서 일본인 교수님이 읽어주던 스크립트의 "오까-~" 과 똑~~같다. (당연한거긴 하지만...)

일문학 초급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길안내 스크립트를 접해보았을 것이다. 거기에 교수님은 덧붙인다. 일본인들은 길을 묻는 질문을 받으면, 아주 자세하게 설명해준다고......
오늘 다카다노바바 역에서 한 일본인 아가씨에게 신주쿠로 가는 길을 물었다. (일부러 아가씨를 고른건 절대 아님..;;)
........
~~~~~~~~~같다! 한국에서 배우던 길 설명해주는 스크립트.... 그 스크립트에서 들었던 모든 표현이 이 아가씨의 입을 통해 그대로 들려온다.
외국인이니까 그러는거 아니냐고? 그렇다면 이건 어떤가?
일본은 모든 길이 최소한의 면적이다. 신주쿠로 가는 인도에서 어느 할머니 세분이 나란히 걸어가고 계셔서 차도로 내려가지 않는 한 추월하기 힘든 상황...... 우리나라에선 뒤에 누가 오건 말건 길을 다 막고 느그적 느그적 걸어댕기는 여자들 무리를 수없이 접하지만, 그 할머니 세분은 내가 그분들의 뒤에 바짝 붙게 되자 바로 길을 터주며 고개숙여 '고멘나사이 (미안해요~)' 를 연발한다. 난 오히려 어쩔줄 몰라야 했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일본인이라지만 그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고개까지 숙여가며 새파랗게 젊은놈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연발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이나라 사람들은 희한할 정도로 미소가 생활화 되어있다. 복잡한 신주쿠역 앞에서 어느 젊은 아가씨가 급히 지나는걸 모르고 본의 아니게 길을 막으며 부딪혀 버렸다. (일부러 아가씨와 부딪힌건 절대 아님..;;) 난 그런 순간, 우리나라에서 대개 찌푸린 표정을 보아왔다. 근데, 그 아가씨는 간단한 감탄사(~ ~)를 연발하며 차도까지 밀려 내려가면서 피하더니 살짝 미소를 보내주고 가 버린다.. 기분이 녹아버린다.;;

오늘 하루, 난 여러번 전율에 휩싸였다.

 

 

욘사마??? 글쎄...

 

난 한국에 있을때, 정말로 욘사마가 일본열도의 수많은 여성들을 나이 불문하고 휘어잡고 있는줄 알았다.

근데 아니다. 수많은 여성들이긴 하지만,  99% 가 아줌마들이다.

일본 여자들이 한국 남자들에 대해 대단히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물론, 그렇다. 그러나 그 '일본 여자들' '일본 아줌마들' 인 것이다.

간혹 배용준 사진, 악세사리등을 판매하는 가판점이 있는걸 보게 된다. 그곳에 대체로 여자들이 많이 몰려있긴 하다. 그러나 그 중에 젊은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물론, 일본의 젊은 여자들도 드라마를 보니까 배용준을 안다. 겨울연가가 한창 붐을 일으킬땐 그들도 배용준을 좋아했다. 그러나 젊은이들의 유행이란건 아주 금방 변하는 것이었다. 일본의 젊은 여자들에겐 배용준 말고도 훨씬 멋진 배우들이 넘쳐난다. 어느 나라의 언론이건... 국제적 왜곡이란건 어쩔 수가 없나보다. (엄밀히 따지면 왜곡은 아니다.. 아직도 일본 아줌마들에겐 식지 않는 열기니까... 다만, '아줌마들에게만...' 을 빼먹었을 뿐이다.)

 


무슨 자동문이 이렇게 많지?

 

도쿄시내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보면 자동문이 정말 많다. 어느 상점은 그냥 지나가는 행인들에 의해 하루에도 수백번씩 자동문이 작동하는가 하면, 심지어 택시도 전부 자동문이다. 탈때도 내릴때도... 기사가 버튼으로 문을 열고 닫아준다. 양손에 짐을 잔뜩 들고 있어도 택시를 타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는 얘기다. 돈 안내고 그냥 내려서 도망가는 걸 방지하기 위함 같은건 아니다. 손으로도 얼마든지 열 수 있다. 그러나 택시기본료는 660... 2km 를 가는데, 우리나라 돈으로 6500원 정도 한다. 물론, 기본요금을 넘어서면서부터는 눈 돌아간다.

 

 

횡단보도가 아무리 많아도...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운전하다 신호에 걸리는 횟수는 적을 것 같다.
, 일본만 이런게 있는것은 아니겠지만...
야간에 인적이 드문 도로에 설치된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신호등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러놓고 기다려야 신호가 바뀐다.
자칫 모르고 있다간 1시간을 기다려도 2시간을 기다려도 신호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널땐, 꼭 신호등에 벨이 달려있는지 확인하기 바란다.

사람이 거의 안다니는 새벽에는 신호가 거의 안바뀌게 되므로 차들은 일반적인 국도를 달리는 것과 별반 차이를 느끼지 못할것 같다... 참 부러운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배우던 일본어..... 여기오니 개판으로...;;

 

한국에서 배운 일본어..........................................
일본사람들이 들으면 대단히 재미있는 일본어다.
, 가장 바른말. 형식에 딱 들어맞는 말. 바로 그것이다.
국어책을 읽는것처럼 들린다고 할까?
학교에서 배우는 정규표현과 일상에서 쓰는 생활표현의 차이??

여기서 듣는 일본어는 한국에서 배우던 일본어와 너무 다른 부분이 많다.
물론, 전혀 들어본 적 없는 단어도 상당히 많다.
표현방법도 조금은 틀리다. 그래서 현지생활을 해보는 것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처음부터 시작하는 마음으로 한마디라도 더 일본사람들과 이야기 나눠보는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로 설정됐다.

 

 

일본어라는건 여성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언어 ?

 

일본에 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일본어를 하루종일 들으며 살다보니 한가지 문득 깨닫게 되는 부분이 있다.

일본인 여자들이 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정말로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난 일본이란 나라를 본받을 점이 대단히 많은 나라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마냥 좋아하지는 않는다.
결코 사적인 호감이 개입되어서 일본인 여자들의 말하는 소리를 듣고 녹아들어가는 것이 아니라는걸 분명히 해두겠다.

일본어라는 언어 자체가 그 어느나라의 언어보다도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걸 인정하는 것 뿐이다.
물론, 이는 성별에 따라 언어를 약간 다르게 구사한다는 구조적인 부분에도 약간의 영향을 받겠지만,
발음 자체가 여성적인 느낌을 갖게 해주는 조합들로 이루어진 부분이 많다.

예를들어, "멋지다~" "죽인다~" "대단하다" "감동적이다" 등에 해당하는 "스고~~~"..... 받침이 없고, 된소리가 없다. 물흐르듯 부드럽다~
동사 뒤에 붙여서 의문형을 만들어 주는 '' 의 쓰임도 참 귀엽게 들려온다. "이루노?" "네따노?" "노무노?" "아랏따노?"
또한, 의문문 자체가 이렇다 할 활용없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도 한 몫 한다. "맛있다" "맛있어?" "맛있니?" 로 활용하지 않고, "오이시-" 의 끝부분을 올려주기만 하면 "맛있다" "맛있어?" 가 된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의문문을 사용할때, 거의 문장의 끝부분에서만 톤을 높여주지만... 일본 여성들의 언어는 의문문이 들어가는 문장 자체를 높은 톤으로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특히 짧은 의문문은 거의 첫 음부터 높게 시작된다. 이또한 듣고 있으면 무지하게 귀엽게 들린다.

무서워~~  -> 코와이~~~
귀엽다~!  -> 카와~~이이~~~~~~
~! -> ~!
야 야~ -> 오이~ 오이~
? -> 아렛?
그래~ -> ~
뭐야? -> 나니?
? -> 난데?
그렇구나 -> ~~~~
~~ 이쁘다 -> 에에~~ 키레~~~~~~~~

몇가지 극소수의 예를 들어보았지만, 여기에서만도 우리말과 달리 훨씬 단순하고 얇은 발음조합으로만 이루어진 언어라는걸 알 수 있다. 난 언어학자가 아니라 나름대로라도 이 이상의 분석은 못 하겠지만, 분명히 여러모로 일본어는 여성이 쓰면 극도로 여성스러운 매력을 더해주는 놀라운 비밀을 갖고 있는 언어다.

P.S -
그 중에서도 하일라이트는 역시, 두 눈을 똥그랗게 뜨고서... "~! ~~~~~~~~~~~~~~~~~~~~~~~!!!"

 

정작 한류의 주역은...

 

욘사마도 아니고 최지우도 아닌... 보아다.

매일같이 TV에서 보아의 노래가 나온다.
거리를 지날때도 보아의 노래가 종종 들린다.
콘비니에서도 보아의 노래가 자주 들린다.

왜냐면 보아가 현재 일본 뮤직차트 3위에 랭크되어 있으니까...........
(1
위는 라르크엔씨엘(그 이상한 표기법을 몰라서..그냥 한글로 썼다.))

보너스로..... 매일같이 이 뮤직차트를 소개하는 아가씨는 누구일까?

바로 '아유미' .
아유미는 자막을 동반한 한국어를 섞어서, 본토발음으로 전혀 손색이 없는 일본어(하긴.. 일본에서 더 많이 살았다고 하니까..)로 이 차트의 순위를 소개한다.

배용준과 최지우는 젊은이들에게 확실히 별로 관심 대상이 아니다.

 


시부야의 장관....

 

주말과 휴일, 혹은 평일 출퇴근 시간에 시부야 역 앞에 가면 매력적인 광경이 펼쳐진다.

그 유명한 시부야 횡단보도........
사각의 네 횡단보도와 대각으로 연결된 서브 횡단보도들을 사이에 두고 수백명의 인파가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후, 그 많은 횡단보도들의 신호가 딱~! 동시에 파란불로 바뀌면.............
마주보고 있던 그 엄청난 인파가 도로 한복판을 가득 메운다. 마치 들판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던 전사들이 일제히 서로에게 달려들듯 말이다.

난 시부야에 갈때마다 이 광경에 이상한 매력과 쾌감을 느끼곤 한다.
왠지모르게 멋있다.

 

(서초 몇동 사무소 근처도 이런식으로 되어 있으나, 스케일이 전혀 틀리다.)



[현실에서 경험하는 일본어 (1)] 우동 한그릇이랑 한국기무치 한그릇 주세요.

 

난 한국에서 여러가지 수사를 배웠다.
연필 한자루, 종이 한장, 술 한병, 옷 한벌, 개 한마리.....
물론, 배워야 할 수사들이다.

그러나 흔히 연습하던 물건사기, 주문하기등의 회화에서 이 수사들을 그대로 적용하는건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었다.
현실에서 일본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랑 비슷하게 수사를 사용한다.

연필 하나 주세요~
종이 하나 주세요~
참이슬 하나 주세요~

따라서... 식당에 가면 "우동 하나랑 한국기무치 하나 주세요~" 라고 하는것이 더 자연스럽다.
물론, 종업원들은 겸손하게 "우동 한그릇이랑 한국기무치 한그릇이죠?" 라고 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게 말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이상하게 들린다고 할까?

 


[
현실에서 경험하는 일본어 (2)] 이까가데쇼~? , 요로시이데스~ , 이따시마스~

 

일본어에는 손케~(존경어) 라는것이 있다.
난 학교에서 존경어 사용법을 열심히 외웠던 기억이 있다.

제목에 열거한 존경어들은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구사할 줄 아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복잡하게 ''를 붙이고, ''를 붙이고, '이따시마스'로 바꾸고 '이랏샤이마스'로 바꾸고 하는 식의 복잡한 존경어들은 일본인들조차 옛날 사람들이 아닌 이상, 잘 구사할 줄 모르고 잘 알아듣지도 못한다.
'
아게루'만 알면 되지 '사시아게마스' 따위는 몰라도 된다.
'
오네가이시마스'만 알면 되지 '오네가이이따시마스' 따위는 몰라도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많은 일본 젊은이들은 존경어를 사용해야 하는 직업을 갖게 된다면 그 직업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만 그곳 사람들에게 배워서 쓰고 있다.

존경어와 정반대로 자신을 낮추는 표현인 겸양어는 더 심하다.

결국, 일본에서 살아가는데 있어 존경어도 겸양어도 필요없으며, 흔히 배우는 테~~(정중어)만 제대로 구사하면 아무도 뭐라하지 않는 것이다. 그냥 테--고가 아닌 이찌방테--고 정도만 되어도 대단히 예의바른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으므로 존경어를 잘 할 줄 모른다고, 걱정하지 말지어다.

(물론, 존경어를 일본인보다 더 잘하는 외국인이라면 더 멋있겠지만…)

 


니뽄삘의 핵심을 깨닫다.

 

한국 젊은이들 중에 자신의 패션을 소위 '니뽄삘' 이라고 칭하며, 일본애들의 수준높은(?) 패션 간지를 따라했다며 만족하고 좋아하는 자들이 매우 많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정작 일본에 와서 일본애들의 패션을 구경하고 있으면 한국의 '니뽄삘' 이라는걸 도무지 정의내릴 수가 없다. 하라주쿠나 시부야, 이께부꾸로 거리에 우글대는 수많은 남녀들의 패션에는 그 어떤 흐름도 없다. 그저 매우매우매우 다양할 뿐이다. , 자기 기분따라 입고싶은대로 아무거나 가져다가 걸치고, 자기만의 악세서리와 자기만의 방식으로 치장을 한다. 그걸로 자기만 만족스러우면 그게 전부다. 남에게 멋있게 보이고, 이쁘게 보여야 할 이유가 이들에겐 별로 없다. (자기 자신부터 남이 뭘 하고 있건 별로 신경을 안쓰는 사람들이다보니...) 어떤 옷차림이 대세를 이루면 그런 옷차림을 흉내내어 따라가서 하나의 패션트랜드를 이룬다는 개념이 이들에겐 별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거 같다.

한국에서 한때, Knee-sox 라는 반스타킹을 여자들이 너도나도 신고 다닐때도... 샤기컷이라는 헤어스타일이 니뽄삘의 기초라고 누군가가 정의내릴때도... 토드백을 수많은 남자애들이 들고다닐때도... 일본 젊은이들은 그런 흐름과는 전혀 상관없이 살고 있었다고 어느 일본인 친구는 내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결론은... 한국에서의 '니뽄삘' 이라는건 정작 '니뽄'하고는 별로 상관이 없는 '' 이라는 것이다.
궂이 '니뽄삘' 이라는걸 정의내려야 한다면,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하고 다니는 것... 그게 바로 '니뽄삘'인 것이다.

 

 


일본 물가... 생각만큼 무시무시한건 아니다.

 

일본에 여행을 오면, 일본의 물가가 공포의 수준이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나도 처음에 일본에 왔을땐 모든것이 마냥 비싸게만 느껴졌으니까...

그러나 일본에 살면서 가만히 이것저것을 따져보면 생각만큼 그~~렇게 무시무시한 수준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점심한끼 사먹고, 담배한갑 사고, 맥주 한캔 사먹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한국이나 일본이나
다를것이 없다. 가스요금,전기요금,수도요금....... 별 차이 없다.
절대적 교통비가 한국의 두배,세배... 혹은 다섯배까지도 차이가 날 수 있지만, 경제적 혹은 학업적 목적이 있는 구간의 교통비는 고용주 혹은 해당 교육시설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여러가지 기본적 생활 소모품은 100엔샵에서 해결이 가능하다.
전자제품도 한국보다 훨씬 싼 경우가 많다.
과일이나 고기나 쌀값은 더 비싸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확실히 한국보다 비싼 물가이지만,
일본에서 사는 사람들에겐 인건비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여행객이 아닌 경우라면 돈을 번다.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시간당 최저가 한국돈으로 8500원 정도다. 나는 시간당 10000원씩 받으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7시간 일하면 70000원이다. 일주일에 하루만 일하고 있지만, 한달이면 280000원을 받는다. (물론, 교통비도 준다.)
이걸로 한달 생활비가 나온다. 한국에서 일주일에 하루 일한 돈으로 한달동안 사는거 불가능하다.
만약 내가 주 3회로 알바를 뛰면, 방값도 지불하고 남는다.
여기다가 알바 하나를 더 구하면 학비도 마련할 수 있다.
공부해야하고, 게으르다는 핑계로 생활비 벌어들이는 정도에 만족하고 있긴 하지만 말이다.

일본에선 비싼 물가 때문에 살기 힘들거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확실히 틀린 생각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말해주고 싶다. 적어도 난 일본생활 4개월차에 접어드는 이 시점에 그걸 확신할 수 있다.

 


일본에서의 바퀴 두개짜리 쿠루마

 

내가 일본와서 놀란 것 중 무척 매력을 느끼고 있는 사실...

일본사람들은 남자든 여자든 자전거를 기가 막히게 잘 탄다. 아무리 사람이 붐비는 곳에서도 절대 땅에 발을 대지 않고, 여유롭게 그 사이를 뚫고 지나갈 줄 안다. 이 나라의 자전거 사용률을 보면, 어려서부터 늘 이용하던 자전거이기에 축구선수가 공을 자유자재로 다루듯 자전거를 다룰 수 있는 것 같다.

또한, 일본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인 오토바이.......!
난 일본에 와서 오토바이가 이토록 이쁘고 멋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확실히 느꼈다.
특히 여자들...!! 완전 반해버리게 만든다. 오토바이를 굉장히 잘 탈 뿐 아니라, 굉장히 멋있게 꾸미고 다닌다.
베스파같은 클래식 스쿠터를 모는 여자들은 귀엽다.
할리데이비슨같은 대형을 모는 여자들은 대단히 대단히 대단히 멋있다! (대형 오토바이를 그 쪼그만한 몸으로 양팔 양다리 쫙 벌리고 앉아서 모는걸 떠올려보라~ 언발란스할 것 같겠지만, 실제로 보면 굉장히 매력적인 모습이다.)
가와사키를 타고 엄청난 굉음과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는 여성 라이더를 봤을때는 한동안 넋을 잃은적도 있다.
일본 여자들 오토바이 수준은 아마 세계 최강일 것이다.
물론 남자들에 대해선 말 할 필요가 없다. 이 사람들의 오토바이에 대한 감각과 애정이란 것은..........
결국 난 한국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오토바이를 마련하기로 했다. 돈이 없어서 스쿠터로 시작할지언정... 난 오토바이가 차보다 훨씬 좋아졌다.

 


듣기도 싫고, 쓰기도 싫은 말 '아나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일본어를 처음 배울때 배우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あなた(아나타)'.... '당신' 이라는 단어.

대부분의 경우 이 단어를 이해할 때, 영어의 'you' 와 같은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단순히 상대방을 칭하는 2인칭대명사라고 알기 쉽다.

하지만, 의외로 이 단어는 'you' 보다 우리의 '당신' 과 똑같은 뉘앙스라고 생각하는게 더 옳다.

예를 들어, 모르는 사람과 시비가 붙었을때 '당신이 뭔데 참견이야?' 등의 표현에서의 '당신' 과 일본어의 '아나타'는 똑같은 뉘앙스다. 물론, 아내가 남편한테 '당신~' 이라고 부르는 것도 일본어의 '아나타'와 똑같은 뉘앙스다. 거의 100%에 가깝게 한국어 '당신'과 일본어 '아나따' 는 똑같다.

따라서, 일본인을 만났을때 '아나타' 라고 상대방을 칭하는건 상대방의 기분을 대단히 나쁘게 만든다. 난 한국에 있을때, 교수님께 이 뉘앙스에 대해 설명 들은적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일본에 처음 왔을때부터 '아나타' 라는 표현을 들으면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상대방은 외국인이고 일본어를 잘 못하니까 편의상 이해하기 쉬우라고 그렇게 불러준 것일수도 있지만...)

그럼, "처음보는 사람을 어떻게 불러야 되나?" 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그쪽' 이라는 적당한 표현이 있지만, 일본에는 또 이런 표현이 없다.......  가장 좋은건 우선 상대방의 이름을 물어보고나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고, 그것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선 'あのう(아노~)~'라는 좋은 표현이 있다. 아예 이름을 안부르고, '저기~~' 하면서 주의를 이끄는 것이다... 하지만, 얘기 중간에 어쩔수없이 상대방을 칭해야 할 경우...?   그건 나도 방학이 끝나면 일본인 선생님한테 물어볼 예정이다... ;;

어찌되었건, '아나타' 라는 표현을 혹시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나타' 라는 단어의 뉘앙스를 알아두길 바라는 마음에서 주제넘게 아는척을 해 보았다.

 


일본은 부자, 한국은 안부자?

 

천만의 말씀이다.

일본이란 국가는 부자지만, 일본사람들은 가난하다.
한국이란 국가는 빚쟁이지만, 한국사람들은 부자다.

흔히, 일본은 경제대국이니까 일본사람들은 부유할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완벽한 오해다.

일본은 어찌보면 공산주의 이념에 더 가깝다.
국가는 경제대국이지만, 황민들은 경제대국을 위해 상당한 자기 재산을 국가에 헌납당한다. 비싼 세금, 엄청난 공공요금... 일본인들이 검소한건, 살아가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겸손하기 때문이 아니다.
국가가 잘 살기 때문에, 은행이자 따위도 있을 필요가 없고, 당연히 전세라는 개념도 없으며(전세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개념이다), 엄청난 세금에 시달린다. 재산을 모을래야 모을 길이 없다. 도쿄 도민들중에 자기집에서 사는 가정 흔치 않다. 한 가정의 평범한 직장인은 자기집 따위, 꿈도 꾸지 않는다. 한달 한달 연명해 가기도 힘든 마당에선, 가능하지 않은 꿈이기 때문이다. 결국 독신자들만 갈수록 양산되고 있다.

반면에 한국은 국가가 비록 가난뱅이일지언정, 국민들은 성실하게 살아간다면 누구에게나 중산층 이상의 위치로 갈 수 있는 기회가 관대하게 주어져 있다.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세금이지만, 일본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공공요금이 많이 인상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본에 비하면 국가에 감사해도 좋을 정도다. 게다가 재산축적의 일등공신은 역시 '전세' 라는 개념이다. 큰 돈을 한꺼번에 집주인에게 맡겨주고, 마음대로 굴리게 해주다가 나갈때 다시 받는다. 문득, 생각해보면 대단히 기발한 개념이다. 은행에 넣어놓기만 해도, 한달 방세를 은행이 대신 내준다. 누구나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면 많이 뺏기지 않고 고스란히 조금씩 조금씩 모아갈 수 있는 여건이다.

일본에 대한 환상이나 동경 따위, 갖지 않아도 된다. 일본은 선진국이지만, 모조건 한국보다 살기좋은 나라는 아니다.

 


일본TV를 보고 있으면...

 

~말로 놀랍고, 재미있다.

저녁때 하는, 쇼프로그램들은 매우매우 익숙한 구성과 장면들이 대부분이다.
모두 한국에서 베껴갔기 때문이다.

새벽에는 보기 민망한 방송들이 공중파에서도 거침없이 방영된다. 한국이었다면 전국에서 들고 일어날만한 장면들이 넘친다.

CF
들은 정말 기발하고 톡톡튀며 재미있고 귀여운 것들로 가득하다.

 

 


일본 드라마...

 

한국에서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이, 일본에 살면서 실시간으로 따끈따끈한 방영분을 볼 수 있는 내가 부럽다고 하지만...

난 원래 '드라마' 라는 것 자체를 좋아하지 않고, 그것은 한국에서건 일본에서건 마찬가지이므로
내가 일본에 살고 있는것과, 일본 드라마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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