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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선 웹표준이나 접근성이 과대 혹은 왜곡된 개념으로 자리잡아 있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한때는 웹표준과 접근성을 목숨처럼 여겼었다. (얼마나 미련한 마음가짐이었던가?!!)
아마도 국내 웹 전체가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의 기본 이하 수준이었기 때문에, 표준과 접근성 개념이 급히 확산되며 체한 것일게다.

정작, 인류의 삶에 깊숙하게 파고들어 있는 구글이나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는 웹표준이나 접근성에 큰 신경을 쓰고 있는가? 결코 아니다.
그들이 비중을 두는 것은 기술적인 표준과 다수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을 UX와 UI지, 단순히 의미에 맞는 태그들로 보기좋게 구성해 놓은 표준이나 소수에게도 아쉬움 없는 경험과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별도로 마련해 놓은 철저한 접근성이 아니다.
<table> 태그로 레이아웃을 표현하는게 표준이 아니라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table> 은 퍼포먼스에 지장을 주고 <div> 와 같은 블록 엘리먼트와 css 를 사용하는 것보다 불편하기 때문이다.
Active-X 기술이 나쁜 기술이라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특정 OS에서만 유효한 플러그인은 타겟팅 범위가 현저하게 줄어들기 때문에 거들떠 볼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폰의 등장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Active-X 의 독주가 멈추지 않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서 맥이나 리눅스에서도 결제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웹사이트를 보며, 칭찬하는 사람이 있는데... 전혀 그래야 할 이유가 없다. 더 많은 돈을 벌려면 당연히 모든 OS와 대부분의 모던 브라우져에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해야하는 것이다.
단지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OS와 브라우져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고, 국내에서는 이제야 그래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다는 차이일 뿐이다.
HTML5 에는 많은 엘리먼트들이 새로 추가되었지만, 별로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기존의 문서버전을 HTML5 로 전환하기 위해 인력과 비용을 투입하는 이유는 새로운 API 들을 유효적절히 활용하기 위함이지, <header> <section> <aside> <article> <footer> <time> <figure> 같은걸로 문서의 품격을 높여주기 위함이 아니다. ( <video> <audio> <canvas> 정도면 모를까...)
이런 차이를 웹표준이나 접근성과 결부지어 생각하면 오산인 것이다.

W3C의 웹표준은, 구글,페이스북,트위터를 포함한 모든 웹사이트들에 대한 '권고안' 이며, 의무가 아니기 때문에 표준을 무시했다고 그 웹사이트가 잘못된 웹사이트로 평가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웹접근성 중 장애인을 고려한 부분은 신체적 약자들도 챙겨주자는 철학이나 캠페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시각장애인에 대한 접근성을 무시했다고 벌금까지 물게 하는 우리나라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아주 크게 오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표준을 무시했다' 라는 말의 '무시'는, <table>로 레이아웃을 짜거나, DTD 선언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 대한 무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시가 아니라 무지다.)
웹표준과 웹접근성이 그 사이트의 이익창출이나 대다수의 유저들의 경험,즐거움보다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은 매우 우스운 생각이다. 
극단적으로 표현해 보면, 웹표준은 그저 검색로봇에게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사람은 로딩시간을 줄이기 위해 css 를 꺼도 어쨌든 필요한게 페이지 어딘가에 보이기만 하면 된다. 그게 꼭 올바른 태그안에 들어가 있어야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문서의 시작부터 끝까지 표준과 접근성에 얽매이다보면 오히려 최종 결과물의 퀄리티가 낮아지거나 완성에 필요한 시간이 대폭 늘어나게 되어 있다. 단지 검색로봇이 크롤링 할 때 필요한 부분만 검색로봇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면 충분하다. 더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이용자들에게 얼마나 더 편리하고 보기 좋게 보여주느냐일 뿐이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고, 구글의 문서도구를 이용하고, 쇼핑을 하고,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 웹페이지에 접속하면서 css와 javascript 를 굳이 꺼놓을 사람은... 혹여나 있다 하더라도 0.001% 나 차지할런지...
트위터는 javascript 를 꺼놓고 접속할 경우, 이런 메시지를 띄운다.

"Twitter.com은 자바스크립트를 많이 사용합니다. 브라우저 설정에서 활성화할 수 없다면 모바일 사이트를 이용해 보세요."

그렇다... 자바스크립트를 많이 사용하는 사이트에서, 자바스크립트를 끈 사용자를 위한 별도의 무언가를 준비해 줘야 할 책임 따위는 없다. 저런 메시지를 보게 될 사람도 거의 없겠지만, 혹여나 보게 된다면 그 사람의 이상한 취향이나 이용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자바스크립트라는 언어가 싫어서? 그럼 트위터를 이용할 생각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 
페이스북은 아예 아무런 메시지도 띄우지 않는다. javascript 가 동작하지 않고 있다는걸 모르는 사람은 페이스북에 무슨 이상이 생긴걸로 오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는 무시해도 아무 지장이 없을 정도이므로 아예 무시해 버리는게 아닐까?
구글은 볼품없는 별도의 페이지로 보내버린 다음 거기서 안내를 띄운다. 환경을 갖춰 다시 접속하든지 떠나라는 의미일 것이다. 어차피 javascript 가 동작안하면 할 수 있는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지구안에 있는 엄청나게 다양한 인종과 환경의 사람들이 끊임없이 이용하는 이 세 곳의 대표적인 웹사이트도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있을 정도로 그 '필요성' 이나 '당위성' 이 희박한 것이 바로 웹표준과 웹접근성이다. 그 개념 자체에는 의미가 있지만,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런데 왜 우리는 '웹표준화 팀' 혹은 '웹표준 연구소' 같은걸 만들어 불필요한 연구에 시간을 낭비해 가며 웹표준에 집착하고, 장애인협회가 협박에 가까운 경고장을 영리추구 웹사이트들에게 보내 접근성을 심사하고 벌금을 받아낼 수 있도록 방관하는 것인가?
인터넷이라는 자유로운 공간 안에서 웹표준/웹접근성은 권고이며 철학이지, 웹사이트를 만드는 사람들의 사회적,도덕적 의무도 책임도 아닌데 말이다.



** 이 글이 웹표준/웹접근성 그 자체를 아예 무시해도 된다고 주장하는 글은 아니다. 표준과 접근성에 대해 완벽해야만 표준속에서 비표준을 조율할 수 있는 자격과 능력을 갖출 수 있다. 아무것도 몰라서 무시하는 수준은 위에서 말한것 처럼 그냥 무지한 것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웹사이트들은 결코 정상적인 웹사이트가 아니며,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알면서 안하면 안되겠지만, 알아도 어쩔 수 없는 부분들에 한해 미련을 갖고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으며, 웹표준/웹접근성이 훌륭한 웹사이트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는 얘기를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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